고등학교에 첫 입학했던 2002년 3월, 새내기 1학년에게 새벽 6시 반이란 참 이른 시간이었습니다.
기숙사에서 나와서 햇빛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길을 따라 교실로 들어갈 때는 항상 이런 풍경이었습니다.

마치 여고괴담을 보는 듯, 새파란 복도 끝에 기분 나쁘게 비상등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제일 먼저 본관에 도착하는 게 싫었습니다. 무서워서요.

당시 본관 3층 서쪽에는 1학년 영어, 독일어과와 3학년 영어과 교실이 있었습니다.
우리 과 교실은 서쪽의 제일 끝. 어두운 계단을 지나 바로 앞이라는 점이 그 때는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파릇파릇한 신입생 기운을 떨치지 못한 어느 3월 초에,
교실 문과 창문이 잠겨서 들어가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었는지 열쇠를 찾아오지도 못하고, 여학생들만 모여서 어떻게 해~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마치 쓰르라미나 괭이갈매기1 장르 정의하듯 우리 맘대로 집어넣을 수 있는 학교2입니다만, 거기에 꼭 들어가는 것은 '여고'.
당시 전교생 360명 중 남자가 60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후에 남학생들이 도착해서 키 큰 몇 명이 위의 창문을 열고 들어가서 안에서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특히 우리 과는 평균키가 큰 편이고, 남학생들이 하나같이 컸습니다.

여중 출신 아이들 몇 명 말하길,
"여고 아니라 다행이다~"

참고로 저는 초등학교 이래 국공립 남녀공학 학교만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복도 불을 켤 생각을 못했나 싶습니다.



  1. 각각 앞에 농촌, 외딴섬만 집어넣고 어지간한 장르 갖다붙이면 다 통합니다. 아니 정말로요. [Back]
  2. 아마 당시 유행했던게 전남여자외국어예술체육고등학교였던가... 고3까지 체육대회, 축제에 목숨걸고 소풍도 다 갈 정도니까요. [Back]
2009/08/23 20:33 2009/08/2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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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인슬링 2009/08/25 11: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이름이네요, 그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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