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때부터 참 과제를 바보같이 했습니다.
1학년 1학기 초등교육 시간에는 참고교재였던 초등교사론 책 요약 과제를 위해 보름 전부터 책을 읽으며 밤새며 50페이지에 걸쳐 요약하였습니다. 뿌듯함도 느꼈지요.

그 과제 제출 이틀을 앞두고 아이들이 여럿이 모여 분량을 나누어 요약하고 그걸 뭉치는 것을 보고 많이 충격받았습니다. 1학년 1학기는 제 학점이 가장 잘 나오던 시기로, 아직 새내기다운 파릇파릇한 마음에 젖어있었습니다. 문자 그대로 'freshman(woman?)' 이었지요. 뭐, 과제수행의 충격과는 관련없이 수업 발표건 질문이건 시험이건 가장 공들였던 과목인만큼 A+를 받았고, 덕분에 '하면 잘 나오나보다' 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기말고사 기간마다 학교 전역에 붙어있는, '예비교사가 컨닝입니까' 라거나, '아이들에게 컨닝을 가르치시렵니까' 라는 총학생회의 전단지를 보며 '와, 잘 만들었다~' 라고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시험 직전에 책상과 벽을 컨닝페이퍼로 쓰는 사람들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그렇게 충격 속에 1학년 1학기가 지나고, 2학기가 되니 이제 대학가에 만연한 Ctrl+C,V 신공이라거나 과제받아내기라거나 그런 것에 많이 익숙해져서 적어도 놀라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교 역시 본질은 대학교요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 역시 대학생이었습니다. 뭐 그렇다고 제가 그렇게 과제를 하고 시험을 보지는 않았지만.
그렇지만 조별 과제에서 우리 조 아이가 지도안을 사왔고, 그것으로 조별 점수가 대단히 잘 나왔던 것을 좋아했으니, 이미 물들었군요.

순진한 것인지 바보인 것인지 이상에 젖은 것인지 정상인 것인지 몰라도, 저는 대학생활 3년 반, 순전히 제 능력껏 과제와 시험에 임했습니다.
능력도 안 되는 주제에 방법만 고지식하니 성적은 노력한 만큼 나와주지 않았습니다만, 우리 학교의 특수성1 때문에 그런가보다~ 임용이 중요하지~ 하고 넘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과제 등 과목의 정보를 줄 만한 선배도 없었습니다. 으흑, 저는 왜 선배운은 없고 후배운만 좋을까요.
유난히도 제 번짝선배들이 챙겨주지 않았던 게 서운해서, 저는 저보다 몇 살 연상인 후배 오라버니에게는 실컷 정보를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자주 점심이라거나 과자를 얻어먹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정신 못차리고 '대학 = 학문 배우는 곳'의 어쩌면 당연한 공식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제가 세상 물정 배우는 게 좀 늦습니다. 주워들은 것은 많지만.

내일까지 졸업논문계획서를 내야합니다. 원래는 실습 전까지인데, 우리 과가 금요일에 수업이 없으니 목요일까지입니다. 과대가 다 모아서 내주지요.
월요일까지 저는 당연히 졸업논문은 스스로 쓰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작년 말에 논문을 쓰고 있던 선배들을 학교 컴퓨터실에서 보기도 했으니까요. 주제도 두 개 정도 정해두었습니다. 실습 가서 애들 상대로 해볼까~ 하고 생각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화요일. 과 동기 언니들 몇 명에게 물어보니 하는 말,

"그거 그냥 선배에게 받아서 내면 안 돼?"
"네?! 그거 안 들켜요?"
"여태껏 그랬다던데? 타이핑하기도 귀찮으니 원본을 받아서 그대로 낸다더라."

...대학물을 3년을 먹었건만, 저는 아직도 대학가 물정에 어두웠습니다...


집에서는 그러더군요. 차라리 제가 정한 두 주제들, 일단 교사가 된 후에 대학원 가서 연구하면 어떻겠느냐고.
아무래도 지금은 실습 직전이고, 올해 내내 임용 때문에 바쁠테니까, 라고.
  1. 1. 기말고사만 있습니다. 남들 중간고사 기간에 무지 공부할 때 우리는 여유롭고, 남들 기말고사 기간에 우리는 그 두 배 분량을 공부합니다.  2. 교대생 = 예비교사라는 인식으로 다들 대접해주지만, 사실 우리는 여전히 학생입니다.  3. 학점보다 임용. 어차피 학교성적은 1차시험에 가산점과 함께 조금 반영되는 정도로, 대부분 임용 한 두 문제 정도 더 맞으면 되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 학교에서는 'B만 나오면 되지' 라는 말이 흔히 나옵니다. 물론 저도요. 마치 수능에 올인한 고등학생처럼... [Back]
2009/04/22 14:13 2009/04/2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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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인슬링 2009/04/22 2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학의 숙제베끼기, 시험컨닝 문제가 심각하다는 소린 들었지만, 대학 오니 느끼게 되더군요.
    다들 선배의 레포트 족보를 베껴쓰고있을때, 스스로 한 레포트가 A+받을때 기분은 정말 끝내줍니다 >_<
    내 자신이 기특하지요

    • 메이아이 2009/04/23 2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그 기분이 좋긴 하지만 그런 경우가 드물더군요... 보통 슬픕니다...

  2. 소금이 2009/04/28 16: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신다면 논문 계획서 정도는 직접 써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저희 학과는 담당 교수님이 있어 상담도 하고, 대학원생에게 직접 찾아오는 학생들도 많은 편인데,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마시고 주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아가며 직접 도전해 보세요. 분명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 메이아이 2009/04/28 19:07  댓글주소  수정/삭제

      과에서 가장 착실하고 성실한 아이들조차 '교수들이 계획서나 보면 다행이지'라면서 대충 적어내더군요. 으음... 누가 잘못된 건가 고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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