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잘 타는 사람, 두 번은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태국입니다.
정말 저는 다시 가고 싶지 않습니다. 재미있었기는 했지만, 비행기와 페리 한 번 타고 질려버렸어요. 거기에 더위도 무지하게 싫어하고.
(페리는 3일째에 있었던 대단히 심각한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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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째 5. 12(月)


첫인상은 '덥고 습한 곳'이었다.


대학생이 수학여행이라고 하면 주변에서는 학교를 물어본다.
학교를 말해주면 그건 의무냐는 식으로 또 묻는다.
그렇지만 이건 학교 행사는 아니고, 3학년 봄에 과에서 단체로 가는 '수학여행'이다. 지도교수도 동참해 주고, 교수들도 수학여행 시즌에는 '이 과는 언제쯤 가지?' 라고 물어볼 정도로 일상이 되어 있다.

보강을 피하기 위해 이번 해부터 새로 생겨난 중간 휴식주에 가기로 결정됐다.
학교에서 가니까 수학여행. 하지만 修學의 이름에는 그리 걸맞지 않는 여행이다. 당장 내가 용산역 아이파크몰에서 서멀 그리스 사고 있을 때 날아온 문자가

'비키니 입을 거야~?'

였으니까.
그렇지만 뭐, 학교 행사로 빡빡하게 가는 중고등학생의 수학여행에서 배우는 것도 별로 없고, 반면에 이렇게 자유롭게 여행을 가도 남는 것은 있겠지.


10시 비행기니까 학교에서 새벽 네 시에 출발해야 하네 어쩌네 하는 등 요란했지만, 결국 비행기 시간은 1시 20분으로 확정되었다. 학교에서 출발하는 시간은 6시. 의외로 대부분 시간 맞춰 모여주었다. 그 새벽에 아침도 먹고 온 아이들도 소수지만 있었다.

대단히 편한 버스였다.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발 받침대가 있어서 자세 취하는 것도 자유로웠다.
나는 해 떠 있는 낮에 교통 수단 안에서 가급적 자지 않는다. 시내버스에서도 아침 일찍 학교 갈 때나 잠깐 자는 정도이다. 그 시간에 놓치는 바깥 풍경이 아깝기 때문이다.






공항에는 출발 두 시간 전에 도착했다. 내 이름의 성이 Ahn으로 h가 더 붙어 나온 것 외에는 모두들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 트렁크를 챙겨갔는데, 항공권 받는 곳에서 수화물로 맡겨버렸더니 몸이 가벼웠다.
게이트로 모이는 시간까지 자유로웠다. 많이 자유로우면 좋겠지만 검색까지 다 마치고 면세점에 들어갔더니 모이는 시간까지 남은 건 고작 30분. 과의 언니에게 부탁받은 화장품을 사고 배가 고프기에 간단한 패스트푸드 가게라도 찾았다. 오, B□C 발견!

교수들이 늘 우리 과와 비교하는 과학과라면 잘 지킬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과는 기본적으로 시간을 안 지킨다. 시간 안 지키는 정도야 애교다. 학기 내내 칭찬 한 번 들은 적이 없는 과. 지도교수 시간마다 한 시간씩 혼나는 것도 반은 일상이다.
따라서 모이라는 시간을 조금 일찍 말해주지 않았으면 아슬아슬 타는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비행기를 가장 오래 타 본 것은 2시간. 중국 갈 때 두 시간 걸렸다.
교통 수단을 '쉬지 않고' 가장 오래 탄 것은 버스로 10시간.
그렇지만 버스의 10시간과 비행기의 6시간은 급이 달랐다.

창문도 열 수 없으니 답답한데다 창가도 아니라서 바깥 풍경으로 시간 때우기가 없어지고,
자리는 무지하게 좁으니 몇 분 앉는 것만으로도 답답하고,
멀미가 심하니 책도 못 보고 게임도 못 하고,
어째서인지 이 비행기는 현재 위치 등을 알려주는 모니터도 없고,
기내식이나 맛있었으면 또 몰라.

그렇게 불평에 불평, 비행기 한 번 안 타 본 사람이 들으면 사치스럽다고 할 불평을 하며 여섯 시간을 보냈다.
뭘 하면서 보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그나마 태국에 도착할 때 아이들이 창문을 열어서 사진을 찍는 것을 구경하는 것은 볼 만 했다.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대단히 습하고 더웠다.
거기에 바닷가라서 그런가 뭔가 바람이 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에어컨 잘 나오는 버스를 탄 후에 관광 가이드가 자기 소개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면서 저녁 먹는 곳까지 갔다. 5월인데 에어컨이다...

태국에 오기 전에 알고 있던 것이란 태국은 왕국이며 불교 국가로, 남성에게 있어서 군대는 의무가 아니나 일정 기간의 승려 생활은 의무이고, 남성, 여성에 따라 끝에 붙이는 말이 미묘하게 다르며, 식민지 생활 한 번 겪지 않았고, 한때 군부에 의해 왕정이 폐지된 적이 있었다는 것으로, 간단한 사실 정도였다.

가이드 하는 말이 태국은 왕국이라서 가장 심한 죄가 왕실모독죄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 가이드(한국인)도 태국의 왕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높여서 말하였다.
태국에서 돌아온 후에 일본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왕이 있는 나라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보다 높은 고귀한 분들이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그랬더니 '황실을 존경한다'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지만, 그 분 메일에 쓰인 단어가 놀라웠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외국인인 나에게 보내는 메일에까지 '천황 폐하'라거나 '황태자비 전하'라거나는 식의 경칭을 붙였다.
그러고보니 지난 번에 일본에 갔을 때 오히려 내가 일본 황실 사람들의 이름을 알고 있어서 놀라워했던가... 자기들은 경칭으로밖에 부르지 않으니 '그 분들의' 이름은 잘 모르는 일본인이 많다면서.

며칠 후 면세점에 가서 냈던 지폐가 약간 찢어져 있었는데, 그게 왕의 얼굴 부분이었다. 돈을 받던 사람이 놀라면서 지폐를 테이프로 공손하게 붙였다.

대통령이나 삼성 회장도 아무렇게나 불러버리는 나라의 사람으로서는 약간 그런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 아무리 가이드가 들려주는 태국의 왕이 나라도 존경하고 싶어질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라고는 해도.




'첫날이니 부담없이 한식 먹자'고 해서 간 한식당.
집주인이 한국인이고 메뉴 역시 한식은 맞는데... 밥은 푸석푸석, 김치는 묘~하게 느끼하고 매웠다. 중국과 일본에서 먹는 '한식'과는 맛이 완전히 차이가 나서, 겉만 한식이고 속은 태국이라고 느끼게 될 정도였다. 남아시아의 채소와 우리의 채소의 차이를 저녁 한 번으로 확실하게 느껴버렸다.

만일 유럽에서 김치를 담근다면 어떻게 될까.

호텔은 정말 우와~ 소리가 날 정도였다. 넓은 부지에 건물이 띄엄띄엄 세워져 있는데, 그 사이에는 높은 야자수들이 심어져 있었다. 수영장과 건물을 제외하면 전부 야자수라고도 할 수 있는데 덤으로 '벌레도 자연산'이라고 하였다. 우리 방까지 가는데만 몇 번 물렸는지 모르겠다.




원래는 2인실인 방을, 우리 숫자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침대 하나 끼워서 3인실을 만들었다.
대부분 2인실이고, 여자 한 팀 남자 한 팀이 이렇게 급조된 3인실을 쓴다.

가이드 하는 말이 절대 베란다 문을 열지 말라고 했다. 벌레가 방을 점령한다고.
설령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더워서 열지도 않겠지만.

그저 피곤하기 그지없어 나는 그대로 자 버릴 생각으로 누웠고, 다른 아이들은 푸켓의 밤거리를 구경하고 싶다고 나갔다.


다음날 아이들은 게이 바(bar)에 잘못 들어갔다고 버스에서 크게도 이야기하였다.
2008/07/11 09:05 2008/07/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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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크엔젤 2008/07/11 12: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
    대한 민주주의 '공화국' 이라서 그런지 저런 사고방식은 낯설네요. -_-;

  2. 아키하 2008/07/11 22: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음..저희는 일본갈때 기내식 맛있던데 맛 없으셨나보네요 -ㅠ-//

    (비키니에서 움찔)

    • 메이아이 2008/07/13 22:45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맛없습니다. 일본갈 때 기내식은, 지금까지 먹은 것 중 메밀이 가장 맛있었군요.

  3. foxer 2008/07/11 23: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동생은 이번주에 태국에 갔는데 잘 지내는지 모르겠네요..-_-);;
    전 외국까지 나가서 한식 먹는거 되게 싫어해요..솔직히 외국에 있는 한식당은 맛도 별로고 외국에 나가는 한가지 이유도 없어지는거 같고^-^;

  4. 라브에 2008/07/12 0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외국까지 나가서 한식 먹는 건 별로인 것 같네요 ㅎㅎ 우리나라와는 맛도 느낌도 다를 것인 데다 외국에 갔으면 그 나라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라.
    그나저나 페리 사건은 대체 어땠길래... 왠지 기대되네요-.-;;

  5. 초하(初夏) 2008/07/12 0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ㅎ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구름 사진도 멋지구요.

    대학생이셨군요. 여러가지 부러움이 참 많은 분이시군요. ^^

  6. 소금이 2008/07/12 2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학여행을 가는 학교도 있군요. MT나 OT는 알겠는데 수학여행을 따로 날잡아서 가다니 조금 부럽네요. 저희학교는 주말에 날잡아서 술마시러 가는 MT를 제외하고는 밖에 나가는 행사가 별로 없어요 ㅠ-ㅠ

  7. ∑Maverick 2008/07/13 2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국가서는 한식이 별로이니 차라리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그나라 음식 먹는게 훨씬 나아요 ㅎㅎ.
    암튼.. 여행은 부럽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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